사주 계해일주(癸亥)

 

육십갑자의 마지막 일주 계해(癸亥)입니다. 천간과 지지가 모두 수기운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자세히 살펴보면 천간의 계수(癸)는 음의 수이고 지지의 해수는 양수입니다. 해수 지장간을 살펴볼까요. 해수에는 무토, 갑목, 임수가 들어있습니다. 지장간 내에서 보면, 甲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갖추었습니다. 甲이 무토에 임하고 임수의 지원을 받는 것이죠. 해수는 온수에 해당하여 따뜻하므로 木을 키울 수 있는 물이며 실제로 마음이 온화한 편입니다. 갑을 키울 준비가 되어있는 해수가 甲을 키워야 할 임무가 있는 계를 만났으니, 계해는 水의 간여지동이긴 하지만 상관 甲의 성향이 내재되어 있는 것입니다. 기본적인 水의 지혜, 융통성과 상관성이 더해진 것입니다. 잡지식이 많으며 이를 드러내기 좋아합니다. 자신의 지식을 막힘없이 표현할 수 있는 언변도 발달했습니다. 상관성이므로 예술적인 감각이 있기도 하죠. 동물론으로 살펴보면 해수는 돼지를 뜻하니 癸亥는 검은 돼지 입니다.

 

 

계해일주를 두고 간여지동 일주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간여지동의 개성, 폭발적인 추진력, 강한 기운 등은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내적인 주관은 확실하다 하겠으나 水특유의 융통성이 발달된 일주이므로 본인의 주관을 타인에게 관철시키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원래 간여지동은 타인과의 불화를 불사하고 자신의 주관을 관철시키려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이 태생은 타인과의 불화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본인만의 색채가 확실한 간여지동의 매력이 아니라 오히려 무색무취에 가깝습니다. 그만큼 융통성이 있고 잘 비껴나간다는 것이죠. 또한 그만큼 사주 원국 전체를 살펴봐야 한다는 얘깁니다. 일주로만 보면 계해는 水의 기둥인데, 토 기운이 강한 계해라면 융통성보다는 쓸데없는 고집을 부릴 가능성이 높고, 무토가 오느냐 기토가 오느냐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계해는 금 기운이 오면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인에 해당하는 양의 金이 왔을 때 더 이기적입니다. 일주 뿐 아니라 월지마저 水에 해당한다면, 타인과의 불화는 극단적으로 피하게 되고 되려 피해의식이 있을 수 있으며 타인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특성이 나타나죠.

 

재주가 많은 편이며 막힘없이 水가 흐르는 사주구성이 될 가능성이 높아 지혜가 풍부합니다. 순간 번득이는 재치보다는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파고드는 면이 강합니다. 단순히 머리가 좋다는 말에도 여러갈래로 나뉠 수 있습니다. 사주풀이 보면 매번 머리좋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습니까. 끈기가 있어 공부를 잘해 머리가 좋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고 순간 임기응변과 재치,센스로 인해 머리가 좋다는 소리를 듣기도 합니다. 상식, 아는 것이 많아도 머리 좋다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경거망동 하지 않고 평소에 생각이 깊어 한수, 두수 앞을 내다보는 선택을 하는 사람들을 지혜롭다고 하지만 머리가 좋다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공간지각능력이 특출나도 머리가 좋은 것이며, 한번 쓱 보고 대부분의 것을 인식(예를 들면 속독)하는 인지력, 비상한 암기력 등 머리가 좋은 것에도 경우의 수가 많습니다. 대충 정리해보면 "머리가 좋음"에 포함될 수 있는 하위개념은 상식, 재치, 지혜, 암기력, 인지(지각)력, 언변 등이 있겠습니다. 이 중 계해일주가 머리가 좋다고 하는 것은 지혜, 암기력, 언변 부분입니다. 대체로 언변에 막힘이 없고 논리적으로 타인을 설득시키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인내심이 좋으며 현재만을 생각하지 않고 미래를 내다보는 선택을 합니다. 좀처럼 큰 실수를 하는 일이 없으며 유연하고 부드럽게 난관을 타개합니다. 그러나 다른사람이 봤을 때 우유부단해 보일 것입니다. 또한 겉으로 드러내는 자신의 생각은 없는 것 처럼 보여도 내면에 생각이 아주 많으며, 공상을 잘하는 편입니다. 겉으론 진중해보여도 속으로는 역동적인 생각을 합니다. 현학적, 사색적인 면이 있는데 이런 면은 학자의 성향과 어울린다 보여집니다. 모든일에 최선을 다하는 태도가 인상적입니다.